몇일 전 길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on 2010년 12월 3일 금요일

몇일 전 집에 길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최근 서울에 새벽동안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던 날, 사무실 밖에서 몇시간 동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고 해서 나가보니 자판기와 건물 벽 사이에 들어가서 엄마를 찾는지 새끼 고양이가 한참을 울고 있더라구요. 추운 날씨에 덜덜덜 떨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우는 걸 보니 너무 안쓰러워 퇴근하기전에 박스에 넣어 집에 데려왔습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어서 3분정도 걸립니다..ㅎㅎ)



이 고양이가 길고양이라 그런지 새끼라도 야생의 습성이 몸에 한참 베겨있던가 봅니다. 급하게 데려온거라 고양이 사료는 없고 강아지 사료를 어쩔 수 없이 줬는데 정말 허겁지겁 먹던 것이 한참동안 못 먹었나봅니다.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따뜻한 방에서 쉬고 있을 때 한컷 찍었습니다. 자다가도 제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면 바로 일어나서 경계를 하더라구요. 역시 길고양이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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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죠? 예전에는 턱시도를 입은 코리안숏컷을 키웠었는데, 이런 옷을 입은 고양이는 가까이 대한 것이 처음이라 많이 신기했습니다. 냄새가 많이 나기에 물릴까봐 가죽장갑끼고 고무장갑끼고 화장실에 데려가 목욕도 시켰습니다. 쪼끄만한 것이 고양이다보니 높은데서도 풀쩍풀쩍 잘 뛰어내리더라구요. 세면대에 올려뒀는데 내려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구석에 숨어있는데 솔로 살살살 씻기고, 수건에 싸서 드라이기로 다 말렸어요.



참 희안한 것이 낯선 환경이라 저한테는 정말 하악대고 경계도 많이 하더니, 제 배우견인 달콩이는 다가가서 부비부비도 하고 심지어는 엉덩이 냄새까지 맡는데 그러려니 하더라구요. 달콩이도 그리고 이 고양이도 새끼이다보니 서로 견제는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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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일동안 제가 있을 때는 항상 침대 밑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제가 자거나 없을 때만 나와서 밥과 물을 먹고 또 들어가더라구요. 침대 밑을 다 막아두면 들어갈 구멍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구석에 박혀서는 제가 다가가면 여전히 하악....거렸습니다. 그동안 밖에 사람에게 궂은 일을 당했는지, 유독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고양이를 키워본지가 너무 오래되어 고양이의 습성을 기억하지 못해서 그런걸까요. 너무 서운했습니다.



3일째 밤, 결국 고양이를 다시 밖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날씨가 더 추워진다는데 걱정도 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답답하게 침대밑에 숨어 제가 없을 때만 몰래 나와보고, 제가 퇴근하면 다시 들어가 열몇시간을 또 답답하게 있는 것을 생각하니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나오지를 못하니, 대소변도 준비해 둔 모래에 보지 못하고 침대 밑에서만 보니 고양이로서는 여간 곤욕이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고양이는 자기 대소변을 흙에 묻음으로써 자신의 흔적을 감추려고 하는데 대놓고 일을 봐야하니 말입니다.



결국 고양이를 밖으로 돌려보낸 후 느꼈습니다. 저의 이기적인 생각과 동정심 때문에 이 작은 고양이가 주변환경이 바뀌면서 혼란에 빠지고, 몇일동안이지만 답답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이 정말 미안했습니다. 자신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제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추운데 얼어죽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마음대로 데려온 것이 정말 입장바꿔놓고 생각을 해보면 사람이 할짓이 아닌 것 같습니다.




http://v.daum.net/static/recombox2.swf?nid=11830059

4 개의 댓글:

에스더 :

잘못하셨네요.
길냥이의습성이아니라 낯선환경에서 자기보호인것을요.
냥이들은 누구나 다그럽니다.
환경이바뀌면 낯설어하고 하악질을하며 경계를하지요.
그렇게 적응을해나가는겁니다.
님께서 가여운마음에 데려온 애기냥이를 다시돌려보내셨다는데
그아이는 다시는 엄마냥이와 살수없을겁니다.
님의 냄새로 엄마가 곁에오지않을테니까요.
저의집 애기들모두 길냥이들이지만 지금은 잘적응하며 애교도부리고 한답니다.
끝까지참고 키우시지 못할거면 다음부터는 데려오지마시고 먹을것만챙겨주세요..
인정으로시작하셨지만 결과는 애기냥이에게 썩좋지는않을것같아서 마음이아프네요..

admin :

@에스더: 네..오후부터 저녁까지 혼자 구석에서 우는 것이 어미 고양이가 이제 떠나보낸지 알고 데리고 왔는데, 그것도 순전히 저 혼자의 생각이니 그 고양이의 삶을 더 험난하고 힘들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에스더님 말씀처럼 차라리 데려오기보다는 먹는 것만 챙겨주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냥 꼬꼬마 :

저도 잘 몰랐었는데 에스더님의 글을 보니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지 못할거면 데려오지 말고 먹을거리나 챙겨주는게 길에 사는 동물들에게 더 좋은 일이 되겠군요.

글을 통해 TT PIC 님의 따뜻한 마음도 알 수 있었고 댓글을 통해 좋은 정보도 얻어가네요 ^^

admin :

@그냥 꼬꼬마: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거면 안데리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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